과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가 실패한 신약 후보물질이 여성의 호르몬 주기에 따라 뇌 도달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일라나 고제스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유전체 정신의학'(Genomic Psychiatry)에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약물 '다부네타이드'가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라 뇌에 도달하는 양이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다부네타이드(NAP)는 뇌 신경세포 내부의 구조를 안정시켜 신경을 보호하는 단백질 조각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타우병증'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약물은 과거 진행성 핵상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해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전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일부 긍정적 반응이 나타난 점에 주목하고 동물실험에 착수했다. 약물에 형광 표지를 붙여 쥐의 체내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여성 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가장 높은 시기(발정전기·발정기)에 남성 쥐보다 머리 부분에서 훨씬 더 많은 약물이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최저로 떨어지는 시기에는 성별 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연구팀은 과거 건강한 성인 8명(남성 2명, 여성 6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약동학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확인했다. 여성의 약물 최고 혈중 농도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해당 인체 데이터의 표본 크기가 매우 작다는 한계를 명시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구팀은 에스트로겐이 뇌로 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는 '혈뇌장벽'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신경보호 전략을 최적화하려면 생물학적 성별을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며 "성별과 호르몬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임상시험 설계가 약물의 실제 효과를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