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희귀 유전자 변이가 한 가족 내에서 조현병과 자폐증 등 서로 다른 정신질환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럿거스대 카를로스 파투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지노믹 사이키어트리'(Genomic Psychiatry)에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여러 정신질환의 유전적 뿌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고립된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와 마데이라 제도의 173개 가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지역은 약 600년 전 소수의 인구가 정착한 뒤 외부 유입이 거의 없어 희귀 유전자를 추적하기에 용이하다.

특히 연구팀은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유전체를 분석해 'CHD2' 유전자에서 매우 희귀한 변이를 발견했다. CHD2 유전자는 뇌 발달 과정에 관여하며, 주로 소아 뇌전증이나 자폐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 가족 내에서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진 구성원 대부분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반면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진 다른 형제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증으로 진단됐다.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다른 질환으로 나타난 것이다.

카를로스 파투 교수는 "이러한 고립된 인구 집단 연구는 대규모 사례 연구에서는 희석될 수 있는 유전적 구조를 파악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족의 할머니 역시 같은 유전자 변이를 가졌지만, 아무런 질병 없이 건강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할머니에게서 질병 발현을 억제한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낸다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 자폐증, 기분장애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정신질환들이 실제로는 유전적 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여러 정신질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