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저마다의 고유한 비행 경로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반복해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앤드루 스트로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드론 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꿀벌의 비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독일 카이저슈툴 인근 농경지에서 벌집과 약 120m 떨어진 먹이 공급원 사이를 오가는 꿀벌 26마리의 비행 255건을 3차원으로 추적했다.
분석 결과,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꿀벌들은 모두 같은 경로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각자 자신만의 비행경로를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꿀벌은 특정 나무를 돌아 비행했고, 다른 꿀벌은 울타리 위나 옆으로 나는 등 개체마다 선호하는 경로가 뚜렷했다.
특히 각 꿀벌은 이전에 자신이 비행했던 경로와 거의 동일한 길을 따라 이동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오차가 수 센티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했다. 이는 참깨보다 작은 뇌를 가진 꿀벌의 능력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이러한 정밀 비행의 핵심은 나무나 울타리 같은 시각적 랜드마크였다. 꿀벌들은 눈에 띄는 랜드마크 주변을 날 때 비행경로가 가장 일관됐지만,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옥수수밭 상공에서는 경로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꿀벌이 동료에게 먹이 위치를 알리는 '꼬리춤'에 대한 이해를 바꿀 수 있다. 꼬리춤이 가리키는 방향은 약 30도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꼬리춤이 대략적인 위치 안내 역할을 하고 실제 비행은 꿀벌 각자의 항법 능력에 의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꿀벌의 정교한 항법 능력이 향후 로봇 공학이나 자율주행 드론 기술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트로 교수는 "이번 발견은 꿀벌이 단순한 본능을 넘어 주변 환경에 대한 정교한 정신 지도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