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단백질 '스크램블레이즈'의 활동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질병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와 독일 보훔 루르대 공동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에 개별 스크램블레이즈 단백질의 활동 속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형광 이미징 기술을 발표했다.

스크램블레이즈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분자를 재배열하는 단백질이다. 이는 세포막 형성, 세포 생존, 근육 발달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 연구는 여러 단백질의 평균 활동치만 측정할 수 있어 개별 단백질의 차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단백질의 작동 방식이나 기능 이상 원인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 물질을 붙인 스크램블레이즈를 '베시클'이라는 작은 지질 구체에 넣고, 단 하나의 단백질만 들어있는 베시클을 골라 활동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개별 단백질이 지질을 섞는 속도를 세계 최초로 정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미토콘드리아 막에 존재하는 'VDAC1'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VDAC1 단백질 쌍은 초당 100개 미만부터 1000개 이상의 지질을 섞는 등 활동 속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예측을 직접 검증한 결과다.

눈에서 빛을 감지하는 수용체인 '옵신' 단백질 역시 스크램블레이즈로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옵신은 VDAC1보다 빠른 초당 1만개 이상의 지질을 섞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신약 개발이나 주변 지질 구성에 따른 단백질 기능 변화 연구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동 교신 저자인 아난트 메논 웨일 코넬 의대 교수는 "단일 스크램블레이즈가 얼마나 빨리 작동하는지에 대한 전례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다재다능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