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병원균이 화성 같은 외계 환경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인체 면역체계를 회피하도록 변화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병원 소속 토마소 자카리아 박사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지구 미생물이 화성, 달 등 외계 천체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체에 더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에서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했다. 이후 고선량 방사선, 탈수, 극저온 조건에 지구의 미생물을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화산이나 남극 같은 지구의 극한 환경에 사는 여러 미생물이 높은 적응력을 보이며 생존했다. 특히 효모는 DNA 손상 복구 능력을 높이고 세포 내 보호 화학 반응을 활성화하며 가장 뛰어난 생존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막대균'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원균도 실험했다. 이 병원균들은 화성 환경 시뮬레이션 후 크기가 줄어들었지만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병원균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이었다. 연구팀이 인간 혈액의 면역세포를 채취해 실험한 결과, 화성 환경을 거친 병원균에 대해 면역 반응이 현저히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균이 면역 체계의 감시망을 피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이미 우주 환경에서 면역력이 저하되는 우주비행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주여행은 불규칙한 생활 리듬,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 체계에 큰 부담을 준다.

연구팀은 화성과 달의 먼지(레골리스) 또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된 화성과 달의 표면 물질은 지구의 모래와 달리 폐의 보호층을 손상시키고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를 지도한 마리엔 데 용 교수는 "우주비행사에게서 나타나는 면역 억제와 가속화된 노화 현상은 지구의 환자 연구에도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