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과정에서 분자를 새로 조립하는 대신 원하는 부분만 '편집'해 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누노 마울리드 교수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특정 분자 구조를 직접 변형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화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분자 중 하나인 'N-메틸아민'을 훨씬 더 복잡한 구조로 직접, 선택적으로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알킬 스왑'(Alkyl Swap)이라 명명한 이 원리를 통해 간단한 탄화수소 화합물인 알켄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아민의 메틸기(CH₃)를 더 복잡한 구조의 분자 조각으로 직접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이 같은 변형을 위해 여러 단계의 복잡한 합성과정이 필요했지만, 새 방법은 분자 전체를 재구성하지 않고 특정 부분만 교체하는 방식이다. 연구팀 공동 저자인 다니엘 카이저는 "분자의 나머지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특정 지점에서 매우 복잡한 분자를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반응은 매우 간단한 조건에서 작동해 주목받는다. 기존의 많은 아민 변형 기술은 물과 산소가 완전히 배제된 환경이나 특수 촉매가 필요했지만, 새 기술은 그렇지 않다. 마울리드 교수는 이를 "욕조 화학"이라고 부르며 "이론적으로는 욕조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반응이 간단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등 기존 의약품 유도체에 이 방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단일 반응 단계만으로 여러 상업적으로 중요한 의약품을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이 기술은 수백 가지 분자 변형체를 신속하게 만들어 테스트해야 하는 현대 신약 연구에 큰 이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마울리드 교수는 "이 방법이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에 가장 흥분된다"며 "이전에는 합성이 극도로 어려웠던 분자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