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이 크론병 염증이 사라진 후에도 장 점막에 '분자 흉터'를 남겨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 케임브리지 대학병원 등 공동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크론병 환자 111명과 건강한 사람 232명에게서 얻은 100만개 이상의 장 세포를 분석했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장 점막에 남는 '분자 흉터'다. 염증이 눈에 띄게 사라진 후에도 장 점막을 재생하는 줄기세포에서 면역 체계에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가 계속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는 염증이 줄기세포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겨 향후 염증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한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면역세포도 특정했다. 'ITGA4' 유전자 발현이 높은 대식세포(macrophage) 집단이 'JAK/STAT'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염증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AK 억제제는 이미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이번 연구는 이들 대식세포가 약물의 주요 표적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 결과로 118만개 이상의 소장 세포 데이터가 담긴 온라인 데이터 자원 'IBD버스'(IBDverse)가 구축됐다. 이는 향후 크론병 연구를 위한 공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칼 앤더슨 웰컴 생어 연구소 박사는 "염증이 해결된 후에도 상피세포에 분자적 특징이 지속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확인했다"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향후 염증에 대한 장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원인 규명이 시급한 질환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