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과잉 투자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촉발된 '내권화(involution)'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의 투자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수요 부족 문제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의 선임연구원 셰옌메이는 파이낸셜타임스(FT) 팟캐스트 '이코노믹스 쇼'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여전히 공급측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개입으로 생긴 문제를 더 많은 국가 개입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권화는 중국에서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얻기 위해 원가 이하로 가격을 내리며 벌이는 자기소모적 경쟁을 뜻하는 용어다. 셰 연구원은 "기업 수익률이 4년째 하락하고 있고 디플레이션이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3~4년간 극심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정부는 최근 지방정부에 공공조달 시 최저가격선을 정하라고 지시했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기업을 조사하라는 명령도 내려왔다.

중국의 내권화 문제는 중앙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 셰 연구원은 "중앙정부가 작년 8월 'AI 플러스' 행동계획을 발표하자 모든 지방정부가 대응 계획을 내놨다"고 말했다.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노린 수만 개 기업이 일제히 AI 산업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비효율적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셰 연구원은 "지방정부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을 통해 수익성 없는 기업들을 계속 살려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을 정리하면 일자리 손실과 세수 감소로 이어져 승진에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전기차, 실리콘, 배터리 등 3대 산업을 중심으로 반(反)내권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셰 연구원은 "생산 허가 발급을 늦추거나 기업 통폐합을 독려하는 등 공급측 조치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지방정부의 투자 자율권을 제한하고 중앙정부가 투자 결정을 집중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위반 시 반부패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률 목표 5%를 달성해야 하는 지방 관료들은 정치적으로 안전한 AI나 우주기술 같은 전략 산업에 투자를 몰아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 연구원은 "과거 2015~2016년 철강·석탄 산업 과잉설비 해소는 국유기업 중심이라 공급 관리가 통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부동산과 인프라 부양으로 수요도 빠르게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민간기업 중심이고 총수요가 극도로 취약해 가격 회복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셰 연구원은 유럽 등 서방이 중국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기술을 배우려는 '역(逆)덩샤오핑'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외국기업을 특구에만 허용해 수출만 하게 하고 자국 유치산업을 보호했다"며 "서방은 이런 경쟁과 보호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은 고임금·고비용 생산지라 중국 기업에서 기술을 배워도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마스터 셰프보다 비싼 재료비를 쓰는 신참 셰프가 같은 레시피를 갖고도 경쟁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셰 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업계는 내권화를 벗어나기 위해 해외 생산·판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기술 이전이 진입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규제당국과의 회의에서 기술 협력에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에 대해 셰 연구원은 "중국 수출은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가 별 차이를 못 만들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직접 수출이 막히면서 대체 시장에서 가격 인하 판매를 늘려야 해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셰 연구원은 "최근 5개년 계획에서 '공급과 소비 모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표현이 나온 것은 작은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 부양을 완화하고 소비에 더 관심을 기울일 의지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