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한계기업(좀비기업)이 건실한 비상장 소규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주범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연구 보고서(‘Large Zombies, Small Victims’)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건전한 기업의 투자, 고용, 생산성, 수익성이 낮아지는 ‘혼잡 효과’가 확인됐다. 이경태 연구위원은 국세청의 2009~2023년 행정세무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저자의 개인 의견으로,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하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의 경제적 존재감이 소수의 대형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기업 수의 4%에 불과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한계기업 총자산과 금융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전체 기업의 96%를 차지하는 비상장 한계기업의 경제적 비중은 제한적이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분석 결과,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비한계기업의 성과는 악화됐다. 특히 이러한 부정적 파급 효과는 비상장 소규모 기업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투자, 고용뿐 아니라 금융부채, 총요소생산성(TFP), 총자산수익률(ROA)에서도 유의미한 혼잡 효과를 겪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비상장기업 중에서도 자산 기준 하위 20%에 속하는 소규모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서 가장 심각한 위축을 경험했다. 반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서는 규모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비제조업 부문에서 혼잡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경우 부동산, 도소매, 운송 등 비교역재 부문에서 제조업보다 훨씬 강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효과가 최대 5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계기업 문제의 핵심이 ‘소규모 한계기업의 만연’이 아니라 ‘한계기업 혼잡이 소규모 건전기업에 가하는 불균형적 부담’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과 시의적절한 퇴출을 촉진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