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계에서 드문 '부성애'의 진화 과정이 시민과학의 힘으로 밝혀졌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이 이끈 국제 연구팀은 시민과학 데이터와 30년에 걸친 현장 연구를 결합해 장님거미(harvestmen)의 부모 양육 행동 진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린네 학회 동물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장님거미의 부모 양육 행동은 진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모성애는 양육 행동이 없던 상태에서만 진화했지만, 부성애는 양육이 없던 상태 또는 모성애가 있던 상태 모두에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성애에서 부성애로 전환된 것은 암컷이 새끼를 돌보는 수컷을 선호하는 '성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장님거미는 전 세계 6900여종이 알려진 거미류의 일종이다. 동물계 전체에서 부성애가 독립적으로 발생한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부모의 양육 행동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 동력은 시민과학 플랫폼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였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통해 단 이틀 만에 62건의 새로운 양육 사례를 찾아냈다.

이는 1936년부터 2025년까지 약 90년간 학계에 보고된 80건에 버금가는 수치다. 연구팀은 수십 년이 걸릴 데이터 수집을 단기간에 마쳐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연구를 이끈 글라우쿠 마샤두 교수는 "전 세계 박물관을 방문했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시민과학은 생물학적 정보 축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엄청난 정보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시민과학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유사 행동과 구별하기 위해 종을 식별하는 분류학 전문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