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 파리지옥이 0.1초 만에 덫을 닫는 100년 넘은 비밀이 마침내 풀렸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엑스마르세유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파리지옥 덫의 바깥쪽 세포벽이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지면서 저장된 에너지를 방출해 덫을 닫는다는 연구 결과를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과학자인 류정은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발견은 100년 이상 정설로 여겨졌던 '수분 이동설'을 뒤집는 결과다. 기존 학설은 덫의 한쪽으로 물이 빠르게 이동해 팽창하면서 닫힌다고 설명했지만,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물의 이동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파리지옥의 덫은 자극 전부터 스프링처럼 기계적 압력이 축적된 상태다. 곤충이 덫 안쪽의 감각모를 건드리면, 바깥쪽 표피층의 세포벽이 약 1초 안에 30~40%가량 유연해진다.

이 과정에서 조직에 저장됐던 내부 응력이 풀리면서 덫이 순식간에 안으로 구부러지며 닫히게 된다. 덫이 완전히 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0.1초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고속 촬영, 기계적 측정, 기계 모델링 등을 통해 이 같은 원리를 입증했다. 류정은 박사는 "살아있는 덫이 반응할 때의 역학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덫을 닫는 내부 '모터'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향후 소프트 로봇이나 스마트 소재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류 박사는 "생명체가 자체 물질의 강성을 능동적으로 조절해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파리지옥의 작동 원리는 진화론을 제시한 찰스 다윈도 깊은 관심을 보였던 주제다. 전 세계에는 약 800종의 식충식물이 있으며, 이들의 포식 능력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