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걸러내는 '자동 필터' 기능을 가졌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101명의 성인 참가자에게 화면의 도형 변화를 맞추는 시각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의미 없는 유사 단어들 사이에 실제 히브리어 단어를 섞어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단어는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단어와 중립적인 단어로 구성됐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단어보다 중립적인 단어를 인지했다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감정적인 자극이 더 주의를 끌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다.
연구를 이끈 갈 첸 히브리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처음에는 실험이 잘못된 줄 알고 단어를 바꿔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았다"며 "사람들은 부정적인 단어를 덜 인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부정적인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데 인지적 대가가 따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뇌의 무의식적 영역이 유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억제하는 기본 설정을 가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 첸 연구원은 "무의식을 유해한 정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문지기'로 본다면, 이 문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질문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불안장애, 공포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 질환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일반인과 달리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이런 무의식적 필터링 기능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단일 단어에 국한됐고, 대화나 실제 청취 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며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