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학자가 외부 시계 없이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미니 우주'를 실험실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버밍엄대 조반니 바론티니 교수는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시간이 우주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의 관계와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개념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로 냉각한 원자 2만4000개를 이용해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양자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미니 우주'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만든 장벽을 이용해 원자들이 갇힌 공간을 관측 가능한 '밝은' 영역과 관측되지 않는 '어두운' 영역으로 나눴다. '밝은' 영역의 원자들은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모방한 '빅뱅'과 '빅 크런치'와 유사한 과정을 반복했다.

시간 측정은 외부 시계가 아닌 시스템 내부 원자들의 무질서도(엔트로피) 변화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원자들이 영역을 이동하며 분포가 변할 때 '시간이 앞으로 흐르는 것'으로 간주했고, 분포에 변화가 없으면 '시간이 멈춘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이를 '엔트로피 시간'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측정된 '엔트로피 시간'은 일관된 한 방향으로 흘러 명확한 '시간의 화살'을 보여줬으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시스템 내에서도 사건의 순서를 정확하게 정렬했다.

바론티니 교수는 "일부 양자 중력 이론에서는 시간이 우주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는 시간이 외부의 '똑딱거리는 시계'가 아니라 시스템 내부의 변화로 정의될 수 있다는 최초의 통제된 실험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이론의 영역에만 머물렀던 양자 우주론과 중력에 대한 가설을 실험실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을 확장해 빅뱅이나 블랙홀 같은 복잡한 우주 현상을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