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보다 수억 년 앞서 지구의 땅을 처음 밟은 동물은 노래기(millipede)였으며, 그 역사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수천만 년 더 거슬러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현존하는 모든 노래기 목(order)의 진화사를 완성하고 이들의 기원이 약 4억6000만년 전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장 오래된 노래기 화석보다 약 3500만년 앞선 시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노래기는 척추동물보다 8000만년 이상 먼저 육지에 정착해 초기 육상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한 개척자였다.
연구팀은 그동안 진화 계통수에서 위치가 불분명했던 두 희귀 노래기 그룹의 표본을 확보해 DNA를 분석함으로써 이번 성과를 거뒀다. 연구진은 멕시코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등에서 1cm 남짓한 크기의 희귀 표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폴 마렉 부교수는 "당시 지구에는 척추동물은 물론 나무나 꽃, 씨앗을 가진 식물도 없었다"며 "노래기들은 이끼나 분해된 점액, 지표면의 원시 유기물 덩어리를 먹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노래기의 가장 중요한 적응 전략 중 하나인 '화학 무기'의 등장 시점도 밝혀냈다. 노래기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성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능력은 약 2억6000만년 전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노래기는 오늘날에도 죽은 식물을 분해해 생태계에 영양분을 되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1만4000종 이상이 보고됐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이 수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