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가 광고에 일부 내용을 누락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위반 사항이 경미하더라도 수분양자는 계약서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수분양자 A씨가 분양사 B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5월, C씨로부터 오피스텔 분양권을 3억9180만원에 승계했다. 분양 계약서에는 '분양사가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분양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분양사 B사는 2023년 12월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분양 광고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등 법률이 정한 사항을 누락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분양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 사항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하지 않고 경미하다며 계약 해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법정해제권과 별개로 계약 당사자 간에 특별히 정한 '약정해제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계약서 문언의 의미가 명확한 만큼, 위반 사항의 경중을 따져 해제권 발생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확히 표현돼 있다"며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위반사항의 경중을 고려해 해제권을 제한하는 것은 약정해제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