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에서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반도체 칩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홍콩대학교 공학부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절대영도에 가까운 10밀리켈빈(mK) 온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뉴로모픽(뇌 모방)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터의 확장성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대 양자컴퓨터의 핵심 소자인 큐비트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큐비트를 제어하는 기존 실리콘 기반 전자장치는 많은 열을 발생시켜 큐비트와 멀리 떨어져 설치해야만 했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는 대규모 '배선 병목 현상'을 유발해 양자컴퓨터의 성능과 확장성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이 개발한 칩은 양자 프로세서 바로 옆에 통합될 수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연구팀은 전기차와 전력망 등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 카바이드(SiC)를 활용했다.

연구를 이끈 장위하오 교수는 "실리콘 카바이드의 독특한 특성을 이용해 기존 전자장치보다 수천 배 더 에너지 효율적인 회로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극저온 시스템의 열 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리콘 카바이드 트랜지스터를 2켈빈(K) 이하로 냉각했을 때, 물질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생물학적 뉴런의 에너지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스파이킹)을 모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300mm 웨이퍼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어 확장성과 양산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이 칩이 양자컴퓨터 외에도 달 표면이나 태양계 외곽 등 극한의 저온 환경을 견뎌야 하는 심우주 탐사용 전자장치에도 이상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