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멸망 후 유럽이 '야만인'의 단순한 지배를 받았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히스토진스(HistoGenes) 프로젝트 국제 공동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고대인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헝가리 북서부 '소(小)헝가리 평원'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인 유골 300여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로마 시대 이 지역은 남유럽계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를 이뤘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계 유전자가 섞인 국제적 성격을 보였다.
하지만 로마 제국 멸망 후 유적에서는 북유럽계 유전적 특성이 급증했다. 이는 6세기 초 롬바르드족이 도나우강 북쪽에서 옛 로마 영토로 이동해 온 역사적 기록과 일치한다.
연구팀은 이것이 단 한 번의 대규모 이주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복잡한 이동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새로 유입된 이들은 단순히 정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세력과 융합해 지배 엘리트가 있는 계층적인 새 사회를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주해 온 북유럽계 롬바르드족이 지배층이 되기는 했지만, 기존 남유럽계 현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새 사회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패트릭 기어리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물질문화와 유전적 혈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새로 온 사람들이 기존 인구에 통합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