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커피를 얻어 마시면 다음엔 내가 살 차례라고 생각하지만, 상사가 사줬을 땐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호의를 베푸는 방식과 기대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오픈 마인드'(Open Mind)에 사회적 관계의 맥락이 사람들의 행동과 상호적 호의에 대한 기대를 어떻게 바꾸는지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친구나 비슷한 직급의 동료처럼 동등한 관계에서는 호의를 주고받는 '차례 지키기'가 일반적인 기대로 나타났다. 이는 행동경제학 연구에서 잘 알려진 '상호적 관대함'에 해당한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상사와 부하 직원처럼 지위가 다른 비대칭적 관계에서는 이런 기대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한번 형성된 '선례'를 따르는 경향이 뚜렷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계속 커피를 사거나, 나이 많은 형이 어린 동생의 콘서트 티켓을 사주는 선례가 생기면 다음번에도 그 행동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호의가 낮은 지위에서 높은 지위로 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리베카 색스 교수는 "많은 관계에서 차례를 기록하려 애쓰지 않는다"며 "선례를 따르는 것이 더 쉽고,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호의를 주고받는 행위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석했다. 반면 선례를 따르는 행동은 기존의 관계와 위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견은 사회적 맥락을 배제한 채 낯선 사람끼리의 상호작용을 주로 다뤄온 기존 행동경제학 연구와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향후 관련 요소를 분석하기 위한 컴퓨터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