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세포 속에서 기존 기술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작은 단백질까지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와 바이오허브(Biohub) 공동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레이저 위상판'을 이용해 저온전자현미경(cryo-EM)의 이미지 대비를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각각 게재됐다.
노벨상 수상 기술인 저온전자현미경은 세포 내 분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어 생명과학 연구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체 세포 내 단백질의 90% 이상은 크기가 너무 작아 이 현미경으로도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레이저 위상판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 이 장치는 태양 표면보다 1억배 강한 초고강도 레이저를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지점에 집중시켜 현미경의 전자빔 위상을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흐릿하게 보이던 작은 분자의 대비를 높여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기존 현미경으로는 관찰 한계에 있던 혈액 내 산소 운반 단백질인 헤모글로빈 등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얻는 데 성공했다. 홀거 뮐러 UC버클리 교수는 "인간의 평균적인 단백질은 너무 작아 기존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기 어렵다"며 "레이저 위상판이 단백질 구조에 대한 지식의 거대한 격차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15년 전 처음 제안됐지만 구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뮐러 교수가 10년 이상 시제품 개발에 매달렸고, 2021년 바이오허브의 지원을 받아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단백질뿐 아니라 세포 환경 내에서 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포착하는 '저온전자단층촬영'(cryo-ET) 기술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발생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테파니 오테 바이오허브 영상과학 부사장은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질병을 이해하는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