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레이저를 이용해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인체 내 초소형 단백질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레이저 위상판'을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에 적용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 등 생체 분자 구조를 파악하는 데 혁신을 가져왔지만, 인체 단백질의 약 90%를 차지하는 작은 분자는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레이저 위상판 기술은 강력한 레이저 빛으로 전자빔의 위상을 변화시켜 대비(contrast)를 극대화한다. 이는 195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위상차 현미경' 원리를 전자현미경에 적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특히 세포 내 자연 상태의 단백질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극저온 전자단층촬영(cryo-ET)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복잡한 세포 내부에서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선명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홀거 뮐러 UC버클리 물리학 교수는 "신호 대 잡음비 한계로 분석이 어려웠던 대다수 단백질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한 현미경에 빛의 여신 이름을 따 '테이아'(Theia)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레이저 위상판을 통해 현재 70킬로달톤(kDa·원자질량단위) 미만 단백질 관찰이 어려운 현 기술의 한계를 50킬로달톤까지 낮췄다. 향후 17킬로달톤 크기의 단백질까지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허브(Biohub), 현미경 제조사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스테파니 오테 바이오허브 영상과학 부사장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분자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면 질병을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