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생존을 돕고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지하 균류 네트워크의 실체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지도로 제작돼 공개됐다.

국제 공동 연구팀이 지구 토양에 존재하는 '수지상 균근균'(AMF) 네트워크의 분포와 규모를 추정한 첫 글로벌 지도를 제작했다고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표토에 존재하는 균근균 네트워크의 총 길이는 약 11경 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약 10억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네트워크의 총 탄소 질량은 약 3억톤으로, 현생 인류 전체 질량의 4~6배에 이른다.

'지하의 인터넷'으로도 불리는 이 균근균은 지구상 식물 종의 약 70%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식물로부터 탄소를 공급받는 대신, 토양 속 영양분과 물을 식물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네트워크가 매년 약 40억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을 토양으로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의 11%에 해당하는 양이다.

균근균 네트워크는 특히 초원 생태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균근균 기반 시설의 약 40%가 초원 지대에 존재했으며, 남수단의 범람 초원, 미국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 티베트 고원 등에서 특히 높은 밀도를 보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중요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농경지는 야생 생태계보다 균근균 네트워크 밀도가 약 50%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균근균의 보고인 초원 지대는 숲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농경지로 바뀌고 있어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균근균 생물다양성 핵심 지역의 95%가 보호지역 밖에 위치해 있다.

연구를 주도한 지하네트워크보호협회(SPUN)의 토비 키어스 박사는 "균류는 기후와 보존 논의에서 너무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며 "이제는 그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1만6000개 이상의 토양 코어 데이터와 머신러닝 모델, 로봇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이번 지도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