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노화 현상을 물리학적 원리로 규명하려는 새로운 융합 학문 '노화물리학'(Gerophysics)이 등장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은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에이징'(Aging)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화물리학의 기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5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세계 노화물리학 콘퍼런스'의 결과물이다.
콘퍼런스에는 물리학, 생물학, 컴퓨터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6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동역학계, 열역학, 네트워크 이론, 인공지능(AI) 등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을 노화 연구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복잡한 노화 현상을 설명할 단순한 수학적 원리를 찾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우리 알론 교수는 손상 발생과 제거 사이의 균형을 통해 사망률 증가와 생리 기능 저하를 설명하는 '포화 제거' 모델을 제시했다.
노화 자체가 물리적 '상전이'(phase transition)와 유사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에서 노화가 비롯된다는 이론을 소개하며,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가 예측 가능한 물리 법칙을 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100만개 이상의 화합물에서 수명 연장 효과를 찾는 '밀리언 분자 챌린지' 프로젝트와 AI를 이용해 세포 역분화 인자의 효율을 100배 이상 높인 단백질 설계 연구 등이 소개됐다.
이외에도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이용한 생물학적 나이 측정, 여러 종의 대사체 분석을 통한 노화 관련 대사 특징 규명 등 다양한 시스템 수준의 접근법이 논의됐다.
연구진은 향후 노화물리학 발전을 위해 ▲다중 모드 데이터 세트 공유 ▲노화와 회춘에 대한 물리 기반 정의 확립 ▲중재 결과 예측 모델 개발 ▲동물 연구와 인간 노화 연구 간 연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막시밀리안 운프리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생물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동 교육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노화물리학이 노화 생물학을 기술적인 학문에서 예측 가능한 과학으로 전환시켜,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 중재 기술 개발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