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성적을 후하게 주는 이른바 '성적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미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경제학자 제프리 데닝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로스앤젤레스와 메릴랜드 공립 고등학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성적 인플레이션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성적 인플레이션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단순히 낙제를 면하게 해주는 '낙제 방지형 인플레이션'과 학생의 실제 성취도와 무관하게 평균 점수 자체를 올려주는 '평균 상향형 인플레이션'이다.

분석 결과, 낙제 방지형 인플레이션은 학생의 중퇴율을 낮추고 졸업률을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고 학업 성취도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반면 평균 상향형 인플레이션은 학생들에게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관대한 채점 기준을 가진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은 다음 해 시험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고교 졸업률과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응시율도 더 낮았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 관대한 채점을 받은 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최대 6년까지 고용률이 낮았고, 소득 또한 적었다. 이들의 소득은 졸업 1년 후 연간 약 8만원(56달러), 6년 후에는 약 21만원(145달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교사 한 명이 관대한 채점 기준을 적용할 경우, 해당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평생 총소득이 연간 약 3억800만원(21만3872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이러한 성적 부풀리기는 소수 인종이나 장애 학생 등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더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과목의 주 시험에 불합격했음에도 A학점을 받은 백인 학생 비율은 5.5%였지만, 비백인 학생은 12.2%, 장애 학생은 27.2%에 달했다.

연구팀은 성적 인플레이션이 학생의 실제 성취 수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피드백이라는 성적의 본질적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