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서 가장 풍부한 단백질인 콜라겐이 세포 안에서는 고체가 아닌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60년 만에 밝혀졌다.
스페인 유전체조절센터(CRG)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세포생물학 저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인체 단백질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콜라겐이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직접 관찰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 내 콜라겐은 물에 뜬 기름방울처럼 액체 응축물 형태를 띤다. 이는 세포 밖으로 나온 뒤 단단한 섬유 조직으로 조립되는 콜라겐의 특성과 대조된다.
이러한 액체 상태는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콜라겐이 세포 내부에서 섬유화된다면 세포 자체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세포가 내부에서 콜라겐이 섬유화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세포가 어떻게 거대한 콜라겐 분자를 밖으로 내보내는가'에 대한 60년 된 수수께끼를 풀었다. 기존 학설로는 길이 400나노미터(nm)의 막대 형태인 콜라겐이 직경 60~90나노미터에 불과한 운반 주머니(소포)에 담기는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콜라겐이 세포 내에서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액상 압출' 가설에 따라 모세관 현상처럼 세포 밖으로 흘러나간다고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TANGO1'이라는 단백질이 콜라겐 액체 방울을 출구에 고정하는 닻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섬유증과 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간, 폐 등에서 콜라겐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섬유증이나, 암세포가 콜라겐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화학·면역 치료를 피하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비벡 말호트라 교수는 "암세포의 콜라겐 보호막을 파괴하는 방법을 찾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TANGO1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콜라겐 응축물을 용해하는 새로운 전략을 탐색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