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던 특정 코알라 집단이 유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기존 보존 과학의 통념을 뒤집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와 연구기관 세자르 오스트레일리아(Cesar Australia) 공동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의 유전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일 멸종위기종에 대해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유전체 연구 중 하나다.

연구팀은 호주 전역 27개 코알라 집단에서 418개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개체 수가 급감해 유전적으로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빅토리아주 코알라 집단에서 뚜렷한 회복 신호가 나타났다.

이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병목 현상'을 겪으면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해 결국 멸종에 이른다는 기존 학설과 상반되는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개체 수의 빠른 성장은 오히려 DNA가 새롭게 조합되는 '재조합' 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전적 재조합은 병목 현상을 겪은 집단이 다양성을 회복하고, 시간이 지나며 축적된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콜린 아렌스 세자르 오스트레일리아 수석연구원은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었던 집단이 확장하면서 새로운 돌연변이와 더 많은 유전적 조합이 축적되고 있다"며 "이는 해로운 유전적 돌연변이 감소와 적응 능력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유전적 이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멸종위기종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수십 년간 보존 유전학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을 개체군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유전적 다양성이 특정 시점의 '스냅샷'에 불과하며, 개체군의 미래 방향을 예측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유전적 다양성 수치보다 개체군이 확장하는지, 안정적인지, 혹은 감소하는지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추이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코알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은 다른 멸종위기종의 보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특정 종의 보존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너무 늦었는지 판단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