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투명한 회계 기준과 채권시장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퀸시연구소의 카르틱 산카란 선임연구원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 채권시장의 진짜 장애물은 법치의 부재가 아니라 회계 투명성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위안화는 2025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1.9%에 불과하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임에도 외환보유액 비중에서는 7위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 비중은 57%, 유로화는 20%를 차지했으며 호주달러조차 위안화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산카란 연구원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무역적자를 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은 금본위제 시절, 미국은 1945년부터 약 1980년까지, 유로화는 현재도 무역흑자를 내면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제통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국경 간 차입과 대출의 매개체' 역할을 꼽았다. 현재 달러는 전체 국경 간 부채 약 23조 달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거래 가능한 채무증권의 55%인 14조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국경 간 차입 규모는 외환보유액의 약 3배에 달한다. 달러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국경 간 차입 비중과 거의 일치한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일대일로 사업 당시 대출의 4분의 3이 달러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세바스티안 혼, 카르멘 라인하르트, 크리스토프 트레베쉬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기준 중국의 해외 달러 대출은 3750억 달러로 2022년 5870억 달러에서 감소했다. 반면 위안화 대출은 3570억 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은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일대일로 차입국에 달러 부채를 위안화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잠비아에서는 중국 광산 기업들이 정부에 로열티를 위안화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산카란 연구원은 "이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위안화가 주요 기축통화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채권시장이다. 중국은 9조 달러 이상의 거대한 채권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만 이용한다.
2025년 발행된 9조 달러 규모의 국경 간 증권 중 중국 본토 위안화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한 것은 250억 달러에 불과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발행된 것까지 합쳐도 1250억 달러에 그쳤다.
산카란 연구원은 "중국은 당분간 국경 간 은행 대출에서는 위안화를 사용하기 쉽지만, 국경 간 채권이나 증권 발행에서는 대규모로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통제의 존재도 국경 간 채권 발행 성장에 걸림돌이다. 선별된 기관의 자금 유출입 통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면 위안화의 매력을 제한적으로 높일 수는 있지만, 시장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 채권시장은 25조 달러 규모지만, 발행 주체는 불투명한 민간 및 지방정부 기업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회계 투명성이야말로 위안화가 유로화 수준의 국제화에 근접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강조다.
중국 인민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통제는 중앙은행의 역할 중 하나지만, 기축통화 발행국 중앙은행에 더 중요한 역할은 국제 채권시장 패닉 상황에서 최종 대출자로 기능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과 2020년 위기에서 이 역할을 수행했다. 산카란 연구원은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이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 채권 자본시장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라며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최대 원자재 수입국이자 최대 공산품 수출국으로 세계 상품시장 가격과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원자재 생산국과 제조업국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상품 가격을 결정하고,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차입 비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두 힘이 엇박자를 낼 때 많은 국가들, 특히 글로벌 남반구의 원자재 수출국들이 호황과 불황을 연달아 겪는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