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로 수년 뒤 폐암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기존 약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소속 찰리 스완턴 박사가 이끄는 80명의 국제 공동 연구팀은 혈액 속 특정 단백질 분석을 통해 폐암 진단 최소 5년 전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5만명의 혈액 샘플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폐암 진단을 받기 5년 이상 전부터 수치가 증가하는 14개 단백질 '분자 표지'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14개 단백질 표지가 흡연자 비율이 낮은 대만인을 포함한 전 세계 8개 다른 데이터 세트에서도 폐암을 예측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들은 2023년 스완턴 박사팀이 규명한 특정 염증 경로가 활성화될 때 더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로는 대기오염 물질이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신호 분자를 방출하게 하고, 이 분자가 잠재적 암 유발 돌연변이를 가진 폐 세포를 활성화시켜 종양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이미 관절염 등 자가염증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IL-1β 차단제 '카나키누맙'의 폐암 예방 효과에 주목했다. 2017년 제약사 노바티스가 심장마비 예방 치료제로 진행했던 임상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분석 결과, 14개 단백질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에서 카나키누맙은 폐암 발병 위험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 이 그룹에서는 55명에게 약물을 투여해 1명의 폐암 발병을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심장마비 예방을 위해 널리 처방되는 콜레스테롤 저하제 스타틴과 비슷한 예방률이다.

반면 단백질 수치가 낮은 저위험군에서는 1500명 이상을 치료해야 1명의 폐암을 예방할 수 있어 효과가 미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14개 단백질 표지를 감지하는 상용화된 검사법을 개발하고, 다른 항염증제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