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이 빛(레이저)을 이용해 기존보다 1000배 빠르게 정보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신소재를 개발했다.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기구(QST) 연구팀은 전류 대신 빛으로 작동하는 신규 자성 메모리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돌파구로 주목된다.

현재 사용되는 자성 메모리는 전류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전력 손실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광 스위칭' 기술에 주목했다. 전류 없이 빛만으로 자성 물질의 방향을 바꿔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의 매우 짧은 레이저 펄스 한 번으로 정보를 안정적으로 쓰고 지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코발트, 가돌리늄, 그리고 코발트·철·붕소(CoFeB) 합금을 원자 단위 정밀도로 쌓아 올린 인공 페리자성체다. CoFeB는 이미 기존 자성 메모리에 널리 쓰이는 물질로, 이번 연구를 통해 광 스위칭에 부적합하다는 기존 통념을 깼다.

이는 신소재가 향후 상용 메모리 기술과 호환성이 높아 실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일본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나노테라스'를 활용해 신소재의 스핀 배열과 내부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 설계를 최적화했다.

사카이 세이지 QST 그룹 리더는 "실용적인 메모리 소재를 빛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정보 시스템을 위한 초고속, 저전력 장치로 가는 현실적인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10년 안에 광통신과 전자회로를 잇는 광전 변환 인터페이스 등에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궁극적으로는 빛과 전자를 모두 사용하는 통합 칩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