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성공회 교회 운영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신생아 61명이 사망했으며, 특히 장애를 가진 아기들은 '입양 불가'라는 이유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고 관련 증거를 컴브리아 경찰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컴브리아주 켄달에 위치했던 성공회 운영 '세인트 모니카' 미혼모 시설의 높은 영아 사망률을 지적했다. 이 시설은 1917년부터 1970년까지 운영됐다.
조사 결과, 해당 시설의 신생아 사망은 부적절한 시설, 의료 과실, 열악한 돌봄, 교회와 국가의 감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공중 보건 기록과 출생·사망 증명서를 분석한 결과,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들은 '입양 불가' 대상으로 분류돼 현대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1964년 이 시설에서 생후 3개월 만에 숨진 스티븐 홀트의 사례를 조명했다. 척추이분증을 갖고 태어난 그는 치료 가능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치료가 거부된 채 죽음에 이르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로 기존에 알려진 43명 외에 18명의 영아 사망 사례가 추가로 확인돼 총사망자는 61명으로 늘었다. 사산된 태아도 54명에 달했다.
과거 언론 조사를 통해 이 시설에서 사망한 아기 43명과 산모 2명이 비밀리에 집단 매장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영국 전역에서 약 20만명의 미혼모가 교회나 국가 운영 시설로 보내져 강제로 아이를 입양시켜야 했던 '강제 입양 스캔들'의 일부다.
컴브리아 경찰은 "보고서를 환영하며 고위 경찰관들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칼라일 교구 역시 성명을 내고 "충격적인 증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지난 3월 강제 입양 스캔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정부와 교회를 향한 책임 규명과 공식 사과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