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억1500만년 전 지구에 살았던 야구방망이 크기의 거대 전갈 화석이 100여년 만에 갑각류가 아닌 전갈로 밝혀졌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고생물학'(Palaeontology)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100년 이상 박물관에 보관돼 온 '프라이아르크투루스 기간스'(Praearcturus gigas) 화석을 최신 기술로 재분석해 정체를 규명했다.
연구팀이 추정한 이 전갈의 몸길이는 약 1m에 달한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큰 전갈 종인 '자이언트 숲 전갈'(10~13cm)의 8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 화석은 187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 바닷가재나 갑각류의 일종인 등각류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연구팀이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캔 등 현대 기술로 화석을 분석한 결과, 전갈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분류의 결정적 증거는 가슴뼈(흉골)였다. 이 전갈의 가슴뼈는 길고 삼각형 모양에 중앙에 홈이 파여 있는데, 이는 캐나다에서 발견된 다른 고대 전갈 '에라모스콜피우스 브루센시스'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했다.
리처드 하워드 런던자연사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두 전갈의 가슴뼈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매우 가까운 친척 관계임을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갈은 집게발 길이만 약 16cm에 달하며, 다리와 머리 등은 전갈의 특징인 거친 돌기로 덮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배에는 아가미뚜껑 같은 구조물이 있어 물속에서 헤엄치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발견은 고생물학계의 기존 통념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거대 절지동물은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증했던 약 5000만년 뒤에나 출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프라이아르크투루스 기간스가 살았던 데본기 초기에는 육상과 수중 생물의 경계가 모호했다며,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거대 절지동물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