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과정을 1만배 이상 앞당길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스웨덴 샬머스 공과대학교와 예테보리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분자 시뮬레이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AI 모델 'TITO'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망한 후보 물질을 찾는다. 이 방식은 원자 간 힘을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계산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컴퓨터 자원이 필요했다.

이번에 개발된 TITO 모델은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전체적인 동역학 규칙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모든 과정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도 분자의 변화를 예측, 시뮬레이션 과정을 초고속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1만2500개 이상의 유기 분자와 1000개 이상의 펩타이드(단백질 구성 요소)를 AI 모델로 시험했다. 그 결과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만배 이상 빠른 속도를 보이면서도 물리 법칙에 부합하는 일관된 결과를 도출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시몬 올손 샬머스 공대 부교수는 "AI 모델은 분자가 어떤 모양을 갖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어떤 경로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수십 나노초(10억분의 1초)의 움직임만 보고도 그보다 1000배 더 긴 시간 뒤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 저자인 후안 비게라 디에즈 아스트라제네카 소속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AI 모델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유망 후보 물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AI 모델을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은 물론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