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가 전통적으로 외부 투자가 금지됐던 로펌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직접 투자를 막는 윤리 규정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법률 업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사모펀드가 로펌의 백오피스와 기술 부문을 분리해 인수하는 방식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회계 담당 에디터인 스티븐 폴리는 "법률 분야는 사모펀드가 아직 진출하지 못한 전문 서비스의 마지막 영역"이라며 "그들은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진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는 법률 업무와 경영 부문을 분리하는 '경영서비스조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윤리 규정상 법률 업무로 분류돼야 하는 핵심 로펌은 그대로 두고 백오피스, 기술, 브랜드 등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뒤 이를 로펌에 다시 라이선스하는 구조다.
폴리는 "회계 분야에서 수년간 사모펀드의 진출을 지켜봤다"며 "회계 분야에서는 감사 업무를 나머지 사업과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거래는 대부분 소규모 지역 로펌이었으며 주로 개인 상해 법률 분야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종합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뉴욕 소재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 로펌 코언앤그레서는 사모펀드 유치를 위해 투자은행과 협의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모펀드의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인공지능 기술 투자에 대한 로펌들의 자본 수요 증가가 있다고 분석됐다.
폴리는 "법률 업계도 다른 산업처럼 인공지능이 어떻게 산업을 변화시킬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로펌이 신기술에 투자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의 로펌 인수가 법률 서비스 품질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미국 의료 분야에 투자하면서 서비스 질이 저하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폴리는 "상업적 동기와 효율성이 법률 업무의 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같은 날 영국의 역사적인 자산운용사 슈로더스가 미국 자산운용사 누빈에 인수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런던 금융가의 오랜 독립 기업이 사라지는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슈로더스 최고경영자는 거래 발표 전 영국 재무부에 전화를 걸어 런던 자본시장에 대한 회사의 헌신을 재확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