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세포가 남긴 흔적을 정확히 포착하는 새로운 진단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나고야대, 홋카이도대 등 일본 공동 연구팀은 산화아연 나노선을 이용해 혈액 등 체액에서 암 관련 물질을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게재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암세포가 배출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세포외 소포체'(EVs)를 선택적으로 잡아내는 데 있다. 세포외 소포체는 암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된 단백질, 마이크로RNA(miRNA)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액체생검의 주요 표적이 된다.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소변 등 체액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기존 조직생검보다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훨씬 적다.

연구팀은 기존 세포외 소포체 분리 기술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산화아연 나노선 기술을 활용했다. 특히 특정 항체를 나노선에 손쉽고 안정적으로 결합시키는 새로운 고분자(pKNHS)를 개발해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암세포 유래 물질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붙인 나노선을 제작, 암 관련 세포외 소포체만 콕 집어 포획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유방암 세포 실험에서 항체를 결합한 나노선은 약 90%의 높은 포획 효율을 보였다. 항체가 없는 나노선의 포획률(약 6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한 공격적인 유형의 난소암인 '장액성 난소암' 환자 6명의 혈청에서 암 관련 세포외 소포체를 성공적으로 분리해냈다. 분리된 소포체 속 마이크로RNA를 분석한 결과, 암이 없는 대조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 진단 표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야스이 타카오 나고야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암 관련 세포외 소포체를 막 단백질과 내부 마이크로RNA 손상 없이 고효율로 포획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암 상태를 매우 민감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기존 임상 방법과 기술을 비교 평가하고, 더 다양한 종류의 암에 대한 조기 진단 기술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