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편화된 재택근무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소속 경제학자 나탈리아 이매뉴얼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재택근무가 고독감, 불안, 우울 수준을 높인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의 대규모 전국 설문조사 5개를 분석한 결과, 재택근무자는 사무실 출근 근로자에 비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5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을 가능성은 72%나 급증했다.

연구팀은 재택근무로 인해 동료와의 대화, 점심 식사, 이웃·상점 주인과의 가벼운 잡담 등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사라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니콜라스 에플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행동과학 교수는 "사람들은 출퇴근의 불편함은 잘 알지만,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의 정신건강상 이점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재택근무자들이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부족한 사회적 교류를 보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연해진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회 활동은 유의미하게 늘지 않아 고립감이 심화됐다.

실제로 연구 결과 재택근무자 사이에서 불안과 우울 등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는 횟수나 관련 약물 사용량도 사무실 근무자보다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혼자 사는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1인 가구 재택근무자는 하루 동안 타인과 대화하지 않을 위험이 83% 증가했으며, 정신적 고통의 징후도 가족 등과 함께 사는 사람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외로움이 면역 기능 저하, 수면 문제, 심장 질환 위험 증가 등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재택근무의 전면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팀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의 심리적 영향을 인지하고 하이브리드 근무, 정기적인 팀 대면 활동 등으로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