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과 소득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양극화'가 심화하며 청년층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간 격차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5년 0.625로 상승하며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자산의 세대 간 양극화가 구조화되는 모습이다. 전체 순자산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약 35%에서 2025년 약 45%로 늘었다.
소득 격차도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23년 0.323에서 2024년 0.325로 반등했다. 보고서는 정보기술(IT) 산업과 비IT 부문 간의 'K자형' 성장이 소득 격차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복합 양극화는 청년층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줬다.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1분위)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급증했다. 소득을 축적해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양극화가 거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국가패널 분석 결과, 자산 상위 10%의 보유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2년 후 총요소생산성이 0.1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자산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지 못하는 '자산 잠김' 현상이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청년층의 경제 기반이 약화되면서 내수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9세 이하 청년층의 총지출 대비 주거비 비중은 2017년 약 18%에서 2025년 약 22%로 증가했다.
사회적 비용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33.9%)으로 꼽혔으며, 부동산 폭등이 청년층의 근로 의욕을 꺾는 주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기존의 소득 보전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부동산 중심 자산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 ▲기술 발전에 맞춘 재분배 체계 재설계 ▲신성장 산업 생태계 강화를 통한 성장 과실 확산 등 새로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