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면의 기능이 다른 '두 얼굴' 나노물질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원료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전자파 차폐 등 다기능성 신소재 개발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스트(KAIST)는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류호진 교수 연구팀이 비대칭 구조를 가진 맥신(MXene)의 원료 물질인 '비대칭 적층형 세라믹'을 실험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맥신은 전기 전도성과 표면 반응성이 뛰어나 에너지 저장 소자나 센서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목받는 2차원 나노소재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맥신은 양면의 원자 구성이 같은 대칭 구조여서 기능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비대칭 맥신은 양면의 원자 구성이 달라 각 면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기존 대칭 구조 소재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특성 발현이 가능하다.
특히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흡착 필터나 전자파 흡수·차폐 소재 등 차세대 기능성 소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비대칭 맥신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만 존재 가능성이 제시됐을 뿐,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지 못해 실제 구현은 어려웠다.
연구팀은 여러 원소를 섞어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는 '고엔트로피 소재 설계' 전략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티타늄(Ti), 지르코늄(Zr), 하프늄(Hf), 탄탈럼(Ta), 알루미늄(Al), 주석(Sn) 등 6가지 원소를 동시에 혼합해 원자 크기 차이로 인해 바깥쪽 금속 원자층의 조성이 다르게 배열되는 안정적인 비대칭 구조가 자연적으로 형성됨을 발견했다.
이렇게 합성된 비대칭 적층형 세라믹은 특정 원자층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화학적 식각 공정을 거치면 양면의 원자 구성이 다른 비대칭 맥신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구체(최종 물질을 만드는 원료) 역할을 한다.
이번 성과는 이론에만 머물던 비대칭 맥신을 실제로 구현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관련 기술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방사성 이온 제거 및 전자파 차폐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류호진 교수는 "기존 결정학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비대칭 원자 구조를 고엔트로피 소재 설계 전략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향후 방사성 핵종 포집, 전자파 차폐 등 안전·환경 분야의 핵심 원천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 4월 30일 게재됐다. 이민석 박사(現 한국원자력연구원)가 제1 저자로, 성현우 박사(現 한국원자력연구원)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