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신약 개발의 핵심인 복잡한 3차원(3D) 분자를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손쉽게 결합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입체 유지 라디칼-라디칼 교차 짝지음 반응' 기술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신약 분자는 특정 3D 구조를 가질 때만 약효를 내는데, 이는 마치 왼손이 왼쪽 장갑에만 맞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라디칼' 분자 두 개를 결합하면서도 원래의 3D 형태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저렴한 니켈 촉매를 활용한 '케이지 라디칼 리바운드' 메커니즘이다.
이 기술은 니켈 촉매가 한 라디칼 분자를 잠시 '가두어' 3D 구조가 흐트러지기 전에 다른 분자와 정확하게 결합하도록 유도한다. 이 방식은 원래 구조 유지 비율을 의미하는 입체 특이성이 80~96%에 달하며, 40~90%의 실용적인 수율을 보였다.
기존에는 여러 단계의 합성이 필요하거나 비싼 촉매를 사용해야 했지만, 새 기술은 단일 단계로 반응이 이뤄진다. 실제로 의약품에 흔히 쓰이는 '피페리딘' 분자 구조를 만드는 데 기존 7단계 공정을 단 1단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필 배런 교수는 "우리의 접근법은 가장 반응성이 큰 조각들을 연결하면서도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한다"며 "의학적으로 중요한 분자를 더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설계와 결합하면 신약 개발 경로를 단축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등 화학 합성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