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산율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아이폰'이 지목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들베리 칼리지의 케이틀린 마이어스 경제학 교수는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2007년 아이폰 출시가 미국 출산율 하락의 33%에서 최대 52%를 설명할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마이어스 교수는 스마트폰이 대면 소통을 대체하고, 포르노그래피와 피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이폰을 보유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출산율에 큰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아이폰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독점 유통됐다는 점을 '자연 실험'으로 활용했다. AT&T 서비스 보급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출산율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마이어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등 다른 경제적,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아이폰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가 너무 뚜렷해 놀랐다"며 "데이터에서 보이는 현상을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폰이 출산율 하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높은 육아 비용, 여성의 출산 연기 또는 포기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 둔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수십 년간 이어진 현상이다.

마이어스 교수 역시 "아이폰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연구 기간 동안 출산율 감소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생아 부모에게 '베이비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출산 장려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처럼 관대한 부모 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국가들조차 지난 20년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세금 혜택 같은 경제 정책만으로는 출산율 하락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체출산율 이하의 인구는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일하는 인구가 줄면 은퇴자를 부양하는 시스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