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그 설계도 자체를 파괴하는 신개념 치료 물질이 개발됐다.

미국 연구팀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MPI)와 공동으로 암 단백질 생성을 원천 차단하는 분자 '라이보택(RIBOTAC)'을 개발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물질은 암 단백질이 아닌,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 정보가 담긴 '전령RNA(mRNA)'를 표적으로 삼는다.

라이보택은 한쪽 끝으로 병원성 RNA에 결합하고, 다른 쪽 끝의 '갈고리'로 RNA 분해 효소를 끌어들인다. 이 효소가 RNA를 분해해 암 단백질 생성을 막는 원리다.

연구팀은 암 유발 단백질 'NRAS'의 mRNA를 표적으로 하는 라이보택을 개발해 실험했다. 그 결과, 전체 단백질 양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암세포의 모양이 극적으로 바뀌는 예상 밖의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펑 우 박사는 "이 분자들은 기존 약물과 다른 '생물학적 지문'을 남겼다"며 "이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신호 전달 경로를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표적이 되는 RNA나 단백질의 상당 부분을 파괴해야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기존 약물 개발의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연구에서는 1% 미만의 RNA 제거만으로도 광범위한 세포 변화를 유도했다.

RAS 단백질은 췌장암의 90% 이상, 대장암의 약 40%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암 유발 인자다. 연구팀은 앞으로 라이보택의 작용 기전을 명확히 규명하고, 차세대 '분자 지우개' 개발을 위해 화학 구조와 결합 전략을 최적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