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억년 전 발생한 두 차례의 '유전자 대폭발'이 오늘날 척추동물의 복잡한 뇌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 생쥐, 도마뱀, 칠성장어, 창고기 등 5종의 뇌세포 유전자 활동을 비교 분석해 뇌세포 유형의 진화 과정을 재구성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5억2000만년 전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에서 발생한 유전체 전체 복제(whole-genome duplication) 현상이 뇌세포 유형의 폭발적 증가를 이끌었다. 이후 약 5억년 전 또 한 번의 유전체 복제가 일어나면서 뇌의 복잡성은 더욱 높아졌다.
유전체 복제로 생성된 유전자 쌍, 이른바 '올로로그'(ohnologues)는 다른 방식으로 복제된 유전자보다 특정 뇌세포 유형을 정의하는 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들은 특히 세포의 발달과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에 특화돼 있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의 가까운 친척인 창고기 같은 단순한 동물에서는 핵심 조절 유전자가 여러 세포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척추동물에서는 복제된 유전자들이 각기 다른 세포 유형에 배치돼 뚜렷한 세포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복제된 유전자가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기보다, 기존 유전자의 역할을 나눠 가지며 뇌세포의 다양성을 미세 조정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대 유전체 복제의 영향은 초기 척추동물 진화에 그치지 않고 수억 년에 걸쳐 새로운 뇌세포 유형을 만드는 데 계속 활용됐다.
세바스찬 쉬멜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두 번의 유전자 두 배 증가 사건이 복잡한 뇌 진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자연은 유전체 전체를 복제함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뇌세포를 만드는 데 재사용될 수 있는 원재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