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폭염과 높은 습도 등 악천후 위협에 직면하면서 선수 안전과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공동 개막하는 이번 대회는 계절적으로 미국 대부분 지역에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보된 가운데 열린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단순 기온이 아닌 열, 습도, 일사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습구흑구온도(WBGT)'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 연구단체 '세계기상귀속(WWA)'은 전체 경기의 약 4분의 1이 안전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 민슨 오리건대 교수는 "운동 중 사용되는 에너지의 75%가 열로 전환된다"며 "습도가 높으면 땀 증발을 막아 신체의 냉각 기능이 저하돼 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휴스턴, 마이애미, 댈러스 등이 습도가 높은 개최지로 꼽혔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지적됐다. 기후 분석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체 104경기 중 97경기에서 선수 기량에 영향을 줄 정도의 폭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는 26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 스페인 경기는 폭염 확률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라이언 칼스비크 다트머스대 교수는 "고온다습한 환경은 경기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선수들이 90분 이상 폭발적인 움직임과 유산소 운동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경기의 절반 가까이가 경기력 저하와 연관된 섭씨 28도를 넘을 확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2240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의 고지대 환경 역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든 경기에 전·후반 각 3분씩 수분 보충 시간을 부여하고, 일부 경기장에는 개폐식 지붕이나 냉방 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악천후 시 경기 연기나 중단 규정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민슨 교수는 "습구흑구온도가 26도에 이르면 FIFA가 개입해야 하며, 28~30도에서는 경기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6분간의 냉각 휴식, 그늘진 휴식 공간, 비상용 얼음 욕조 등을 제안했다.

민슨 교수는 "선수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거나 경기장에서 쓰러지면 즉시 체온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은 더워지는 지구에 축구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