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군집의 운명을 책임질 여왕벌은 '로열젤리'라는 특별한 먹이뿐만 아니라, 일벌들이 짓는 특수한 '왕실'에서 자라야 탄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농업과학원 양봉 연구소와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여왕벌의 탄생이 전적으로 먹이에 달려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여왕벌과 일벌 모두 똑같은 암컷 유충에서 시작하지만, 오직 여왕벌이 될 유충에게만 공급되는 '로열젤리' 때문에 운명이 갈린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유충이 자라는 밀랍 방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 또한 여왕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벌들은 여왕벌이 될 유충을 위해 땅콩 껍데기 모양의 특수한 방인 '왕대'(queen cell)를 짓는다.
연구를 이끈 카이 왕 박사는 "왕실이 없다면 왕의 식단도 의미가 없다"며 "이 왕대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고도로 설계된 '스마트 인큐베이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왕대의 밀랍은 일반 벌집보다 더 부드럽고 높은 온도에서 녹으며, 다른 화학적 '향기'를 방출한다. 연구팀은 부드러운 벽이 유충의 성장을 돕고, 독특한 향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로열젤리를 먹였더라도 일반 벌집의 밀랍에 노출된 유충은 여왕벌로 제대로 발육하지 못하고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이는 유충이 생존하고 여왕벌로 변태하기 위해 왕대 밀랍의 '냄새와 감촉'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왕대를 짓는 일벌들은 가슴 온도를 39도 이상으로 높여 '살아있는 용광로'처럼 몸을 사용해 특수한 밀랍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향후 양봉가들이 더 건강한 여왕벌을 길러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건강한 여왕벌은 건강한 벌 군집 유지에 필수적이며, 이는 80종 이상의 주요 농작물 수분에 영향을 미치는 꿀벌 개체 수 유지에도 중요하다.
왕 박사는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벽한 집에 사는 것이 진정으로 운명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