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폭염과 높은 습도라는 복병을 만나 선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12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이번 대회는 미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전문가들은 단순 기온이 아닌 열, 습도, 일사량 등을 종합한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건강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국제 연구 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전체 경기의 약 4분의 1이 안전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민슨 오리건대 교수는 "운동 중 발생하는 에너지의 75%는 열로 전환된다"며 "특히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신체의 냉각 기능이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휴스턴, 마이애미, 댈러스, 몬테레이 등이 고습도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기후 변화의 영향도 뚜렷하다. 기후 분석 그룹 '클라이밋 센트럴'은 전체 104경기 중 97경기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선수 경기력 저하를 유발하는 더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6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 스페인의 조별리그 경기는 경기력 저하를 일으킬 수준의 더위가 나타날 확률이 70%에 달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37%포인트 높은 수치다.
라이언 칼스벡 다트머스대 교수는 "고온다습한 환경은 경기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90분 이상 뛰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체 경기의 거의 절반이 선수들의 단거리 질주 능력, 활동량, 회복 시간을 떨어뜨리는 기준인 섭씨 28도를 넘을 확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2240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의 고지대 환경 역시 5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든 경기에 전·후반 각 3분의 수분 보충 시간을 보장하고, 일부 경기장에는 개폐식 지붕과 냉방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악천후 시 경기 지연이나 연기, 재배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IFA의 대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민슨 교수는 "습구흑구온도가 26도에 이르면 의무적으로 개입하고, 28~30도에서는 경기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6분 길이의 냉각 시간, 그늘진 휴식 공간, 비상용 얼음물 욕조 등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