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국가 연금 제도를 개편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유력 싱크탱크 레졸루션 재단은 1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노동당 정부에 '삼중 잠금'(triple lock) 국가 연금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중 잠금은 연금 수급자의 구매력 보호를 위해 매년 물가상승률, 평균 임금인상률, 2.5%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적용해 연금액을 인상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이 제도로 인해 2029~2030년까지 연금 지출이 실질 기준으로 138억파운드(약 25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단일 정책으로는 가장 큰 복지 지출 증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은 대안으로 '완화된 소득 연동 방식'을 제시했다. 평시에는 임금 상승률에 연동해 연금을 인상하되, 물가가 임금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경우엔 물가상승률을 따르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책 변경을 통해 의회 임기 말까지 연간 6억5000만파운드(약 94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재단은 이 재원을 노동당의 '청년 보증' 고용 정책 자금을 세 배로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50억파운드(약 180조원)에 달한다. 학업이나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 인구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루스 커티스 레졸루션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삼중 잠금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비싸고 빈곤 감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잘못 설계된 정책"이라며 "더 오래 지속되면 경제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삼중 잠금 도입 이전 15년간 연금 수급자 빈곤율은 15.8%포인트 감소했지만, 도입 이후 12년간 오히려 2.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지난달 정치 개혁 권고안을 통해 삼중 잠금 제도가 '지속 불가능하다'며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영국 노동연금부(DWP) 대변인은 "연금 수급자 지원은 우선순위이며 이번 의회 임기 동안 삼중 잠금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면서도 "미래 세대의 안정적인 은퇴를 보장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