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3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폭염과 높은 습도 등 악조건 속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어 선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 캐나다 전역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개막 초반부터 혹독한 여름 날씨의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미국 대부분 지역에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되며, 멕시코만에서 유입되는 습한 공기는 뇌우를 동반할 수 있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단순 기온보다 열, 습도, 일사량 등을 종합한 '습구흑구온도(WBGT)'가 선수에게 미치는 스트레스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세계기상특성(WWA)은 전체 경기의 약 4분의 1이 안전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 민슨 오리건대 생리학 교수는 "선수들은 운동 중 사용하는 에너지의 75%를 열로 전환한다"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신체의 냉각 기능이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스턴, 마이애미, 댈러스, 몬테레이 등은 습도가 높은 대표적인 개최 도시다.

기후변화가 폭염 위험을 증폭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변화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이번 대회 104경기 중 97경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선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의 폭염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6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 스페인의 조별리그 경기는 경기력 저하를 유발하는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70%에 달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3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라이언 칼스벡 다트머스대 생명과학 교수는 "고온다습한 환경은 경기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거의 절반의 경기가 단거리 질주 능력과 회복 시간을 감소시키는 기준인 섭씨 28도를 넘을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해발 2240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의 고지대 환경도 변수로 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든 경기에서 전·후반 각 3분의 수분 보충 시간을 보장하고, 일부 경기장에는 개폐식 지붕과 냉방 시설을 갖췄다고 밝혔다. 악천후 시 경기 지연이나 중단, 재배치도 가능하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FIFA의 대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민슨 교수는 "습구흑구온도가 26도에 이르면 의무적으로 개입하고, 28~30도에서는 경기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6분간의 냉각 시간, 그늘진 휴식 공간, 비상용 얼음물 욕조 등을 제안했다.

이번 월드컵은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더워지는 지구에 스포츠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