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노출된 플라스틱이 수십 년간 썩지 않고 강과 바다에 남아있는 이유는 물 자체의 화학 성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소금과 유기물이 섞인 자연 상태의 물이 햇빛을 차단해 플라스틱의 자연 분해를 크게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재료 분해'(Materials Degrada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제 자연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의 물을 만들었다. 바닷물처럼 염분과 여러 이온을 섞은 물, 강물과 비슷한 담수, 그리고 아무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물을 준비했다.

각각의 물에 포장재나 식품 용기에 널리 쓰이는 폴리스티렌 조각을 넣고 약 3개월간 인공 태양광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플라스틱은 순수한 물에서 가장 많이 분해됐고 담수, 바닷물 순으로 분해 속도가 느려졌다.

연구를 이끈 루드밀라 아리스틸드 교수는 "순수한 물에서는 햇빛이 플라스틱에 직접 도달하지만, 이온이나 유기물이 녹아있는 물에서는 이 성분들이 플라스틱과 햇빛을 두고 경쟁한다"고 설명했다.

즉, 물속 염분과 유기물이 햇빛 에너지를 먼저 흡수하거나 반응을 중화시켜 플라스틱이 분해될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햇빛은 플라스틱을 완전히 분해하지는 못하지만,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미생물이 분해하기 좋은 상태로 만드는 첫 단계를 수행한다. 그러나 바닷물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는 이 첫 단계부터 방해를 받아 미생물에 의한 후속 분해 과정 역시 더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이 버려지는 환경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소금기가 있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햇빛에 더 잘 분해되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