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주의 새로운 물리 법칙을 찾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기존 지식에 갇혀 새로운 발견을 방해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플랫아이언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우주론·입자천체물리학 저널'(JCAP)에 이 같은 내용의 '전이 학습' 기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이 학습은 AI가 특정 과제에서 얻은 지식을 다른 과제에 재사용해 학습 속도를 높이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먼저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표준 우주 모형(ΛCDM) 기반의 시뮬레이션으로 AI를 사전 훈련시켰다. 이후 거대 질량 중성미자나 수정 중력 등 새로운 물리학적 가설이 포함된 더 복잡한 모델에 이 AI를 적용했다.
그 결과, 일부 사례에서 고비용 시뮬레이션 필요 횟수가 10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드는 등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에 참여한 애드리안 바이어 박사는 "기초 입문서로 기본 개념을 익힌 뒤 어려운 전문 서적을 읽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적 전이'(negative transfer)라는 예상치 못한 위험성도 발견됐다. AI가 사전 훈련으로 얻은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해, 새로운 물리 현상을 기존 표준 모형의 일부 변수로 오인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거대 질량 중성미자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표준 모형에서 물질이 뭉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시그마-에이트'(σ8) 매개변수의 변화와 매우 유사하다. 이 때문에 사전 훈련된 AI는 두 효과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논문 제1 저자인 비나 크리슈나라지 프린스턴대 학부생은 "서로 다른 물리적 원인이 관측상으로는 매우 유사한 효과를 낳는 '물리적 축퇴' 현상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을 기초 과학에 적용할 때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실제 관측 데이터에 이 기술을 적용해 우주 탐사의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