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가 생존을 위해 혼자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종이 모여 거대한 군집을 이뤄 장거리를 이동하며 헤엄치지 못하는 미생물까지 '무임승차' 시킨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하수에서 채취한 미생물 군집을 영양분이 담긴 수 미터 길이의 정원용 호스에 넣고 일주일간 이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초기 군집의 일부가 분리돼 눈으로도 식별 가능한 띠를 형성하며 함께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박테리아 '카라반'은 이동하면서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험난한 이동 과정이 일종의 자연선택 필터로 작용해, 영양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헤엄을 잘 치는 종들이 살아남아 군집 전체의 전진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500종이 넘는 박테리아가 함께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세종은 계속 바뀌었지만, 희귀한 박테리아 다수도 여정을 끝까지 완주했다.

연구를 이끈 수지 그릭슨 박사는 "박테리아는 단순히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헤엄치는 것이 아니었다"며 "먹이를 찾아 함께 이동하며, 헤엄치지 못하는 바이러스나 다른 미생물까지 데리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헤엄치는 능력이 없는 위험한 병원균이 어떻게 인체나 병원, 수도 시스템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희귀하지만 중요한 미생물이 새로운 서식지로 퍼져나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