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국 단위의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조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감염병의 특성과 유행 단계에 따라 4단계로 의료대응 체계를 달리하고, 지역별로 완결되는 맞춤형 방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감염병 위기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어떤 감염병 위기에도 효율적이고 회복력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한국 사회는 연간 약 36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했으며, 장기간의 격리 정책으로 일반 의료체계가 마비되는 부수적 피해를 겪었다. 질병청은 이러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염병 대응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의료대응 체계의 핵심은 '4단계 계층화'다. 에볼라처럼 전파가 제한적인 감염병이나 팬데믹 초기에는 중앙·권역 감염병전문병원(1층위)과 지역 감염병치료병원(2층위)이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한다. 이후 팬데믹이 본격화되면 지역 감염병센터(3층위)가 환자 분류와 이송을 지원하고, '동네 감염병치료병원'(4층위)이 경증 환자를 담당해 일반 의료체계 부담을 최소화한다.
이를 위해 전국 70개 중진료권별로 지역 책임의료기관 등을 '지역감염병센터'로 지정하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38개소, 597병상)과 긴급치료병상(55개소, 938병상)은 '국가 감염병 병상'으로 통합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획일적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도 바뀐다. 질병청은 근거와 형평성을 고려한 '감염병 위기 사회대응 매뉴얼'을 제정한다. 마스크 착용, 인원 제한, 영업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감염병 특성과 위험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속도도 높인다. 정부는 위기 발생 시 100일 내 치료제, 200일 내 백신을 신속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치료제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특히 2028년까지 코로나19 mRNA 백신을 국산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백신 개발 플랫폼(K-AI PPX)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질병청은 ▲화장 정보를 활용한 초과사망 감시체계 도입 ▲위기 시 하루 최소 80만 건 이상 검사 역량 확보 ▲QR코드 기반 차세대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이상 반응 피해보상 체계 합리화 등을 추진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다음 감염병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도화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일상의 가치를 보전하는 안전한 내일을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