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상용화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던 핀란드 스타트업이 기술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

9일(현지시간) 배터리 연구 전문가 라이언 이니스 휴스를 비롯한 20여명의 전문가팀은 핀란드 '도넛 랩'(Donut Lab)의 배터리가 전고체가 아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전압 곡선, 셀 팽창 데이터 등 전기화학적 증거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도넛 랩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자사 배터리가 전기 오토바이 '버즈 TS 프로'에 탑재됐다며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사는 자사 배터리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1kg당 400와트시(Wh)의 에너지 밀도와 10만회에 달하는 충·방전 수명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도넛 랩은 1300명이 넘는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약 2500만달러(약 3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로로 업계에서는 도넛 랩 사태를 과거 혈액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가 몰락한 미국 스타트업 '테라노스'에 비유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인 화재 위험이 없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도넛 랩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고 있다.